지난 2023년 3월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던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전체 부동산 매수자 가운데 ‘생애 첫 매수자’ 비율이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인상 속도조절과 규제완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던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집값 낙폭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바닥권이란 인식으로 지금 구매해 집값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애 첫 주택 구매 가격이 12억원 이하일 경우 200만원까지 취득세 면제도 가능해지면서 매수에 나서는 무주택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고 추가 상승 우려가 있어 여유 자금 없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수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3년 4월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출규제 완화와 세금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수자10명 중 4명은 ‘생애 최초’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생애 최초로 아파트·빌라 등 집합건물을 매수(매매 이전 등기 기준)한 사람은 2만5296명으로, 전체 매수인(6만4011명)의 39.52%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23년 3월 집을 구입한 10명 중 4명은 생애 처음 내 집을 마련했다는 뜻입니다. 39.52% 비중은 2013년 12월(46.5%)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입니다.
2만5296명을 기록한 생애 최초 매수자 숫자는 작년 7월(2만5824명)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입니다. 생애 최초 매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던 2022년 10월 1만7087명까지 떨어졌었는데, 급반등했습니다.
생애 최초 매수자 증가는 정부가 처음음 집을 마련하는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및 세제 규제를 꾸준히 풀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정부는 2022년 8월 생애 최초 매수자에 대해 주택 소재지나 가격에 상관없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올려주고, 대출 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해당 정책은 그리 파격적이지 못했습니다. 당시 금리가 워낙 높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이 최대 40%로 묶여 있어 LTV 80%까지 실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 2023년 1월 말 DSR을 적용하지 않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의 고정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발표했고, 이후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12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 취득 시 소득과 관계없이 200만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으로20대와 30대의 대출 여력이 늘면서, 급매물 위주로 생애 최초 매수자의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는 "누구나 집을 사고 싶은 욕구 자체는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집값 많이 떨어진 지역 위주로 늘어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의 생애 첫 매수자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2023년 2월 6738명이었던 경기도의 생애 첫 매수자는 지난 2023년 3월 9137명으로 35.6% 늘었습니다. 주택 가격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를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한 생애 첫 구매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서도 경기 화성시(2449명)의 생애 첫 구매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경기 시흥시(967명), 고양시 덕양구(930명), 인천 서구(901명), 경기 양주시(836명) 순이었습니다. 상위 5개 지역 모두 지난해 집값이 20% 안팎으로 급락하고, 신도시나 택지 지구에 들어선 새 아파트가 많아 거주 환경이 양호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울의 생애 첫 매수자는 1970명으로, 전월(1586명)보다 24% 늘었습니다. 서울 역시 은평구(62.6%)와 도봉구(41%), 중랑·노원구(38.5%)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생애 첫 매수자 비율이 높았습니다.
고공 행진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 만에 최저 연 3%대로 내려오면서 무주택자의 신규 시장 진입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023년 4월 3일 기준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9~5.94%로 집계됐습니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무주택자들이 움직이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지난 2023년 3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를 5억원에 계약했습니다. 전세 만기가 다가와 계약 갱신도 고민했지만, 결국 아파트를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이씨는 "앞으로 아파트 값이 조금 더 떨어질 순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치솟는 것을 보며 느꼈던 박탈감을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부는 지난 2023냔 3월 생애 처음으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를 7억40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김씨는 "맞벌이라 소득 기준을 맞추기 힘들어 그동안 정책 대출을 받지 못했는데, 소득 제한 없이 대출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때문에 집값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계절적 수요·매수 환경 조성…무주택자 매수 늘어날 것
또한 통상 봄에는 이사철 등 계절적 수요를 타며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는 만큼 내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가 실거래가가 12억 이하인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소득과 관계 없이 2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단순히 집만 사라고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걸 내놓는다고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최근 주택가격이 조정을 크게 받고 있는데다 수요를 부양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세금 감면 등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수요자들에게 가격이 닿는 구조가 된다면 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본격 회복은 아직 아냐.."
다만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고 추가 상승 우려가 있어 여유 자금 없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수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급매물만 소진되고 있고 아파트 매매 가격 낙폭이 여전히 크다"며 "최근 5년간의 거래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거래량 회복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는 "급매물이 소진되고 나면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다시 거래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규제 완화 효과로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한 "금리가 여전히 높고,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가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까지 회복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가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면서 2년여전과 비교하면 주택 구매가 용이해졌다"면서 "다만 현금이 어느정도 마련된 무주택자가 아니라면 여전히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자금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2020~2021년 무리한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영끌족'의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서 다시 집을 내놓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혜택이 저래도 돈이 없어서 집 못삼, 대출이자도 아직 높고", "80%대출 받았다가 평생 빚 갚다가 죽을듯", "그래도 지금 집사면 인생 망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