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반도체와 에너지·방산 종목을 동시에 담으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레버리지 ETF 1조 넘게 순매수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인 이달 2~6일(결제 기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ETF (SOXL)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10억2235만달러(약 1조5182억원)에 달했다.
이 ETF는 Philadelphia Semiconductor Index의 일일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같은 기간 NVIDIA(4628만달러)와 GraniteShares 2x Long NVDA Daily ETF(3877만달러)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증시가 전쟁 리스크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서학개미의 핵심 투자 축이 여전히 AI·반도체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원유 관련 자산도 매수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자금 유입은 에너지 관련 종목에서도 두드러졌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ExxonMobil(4571만달러)을 비롯해 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 (XLE)(2748만달러), Occidental Petroleum(847만달러), Chevron(722만달러), ConocoPhillips(511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또 원유와 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ProShares Ultra Bloomberg Natural Gas ETF(1265만달러)와 ProShares Ultra Bloomberg Crude Oil ETF(730만달러)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중동 긴장 고조가 국제 유가와 에너지 수급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방산주도 매수…지정학 리스크 대응
방산 관련 종목에서도 매수세가 나타났다.
Lockheed Martin(1342만달러), Raytheon Technologies(737만달러),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643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서학개미가 단순히 현금화에 나서기보다 지정학 리스크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자산군으로 자금을 분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증시 레버리지 ETF도 대거 매수
한국 증시를 겨냥한 투자도 눈에 띄었다.
2~6일 기준 한국 증시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가 1억3422만달러 순매수되며 전체 2위에 올랐다. 또 iShares MSCI South Korea ETF (EWY)에도 1871만달러가 유입됐다.
최근 코스피 급락과 급반등이 이어진 변동성 장세 속에서 한국 증시 방향성에 베팅하려는 투자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정학 위기, 장기적으로는 투자 기회”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전쟁과 유가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낙폭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980년 이후 발생한 16번의 지정학 위기에서 미국 증시는 단기 하락에 그친 뒤 다시 상승 전환하는 회복력을 보였다”며 S&P 500 지수 역시 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정학 위기 국면에서는 에너지·원자재 같은 헤지 자산의 필요성이 부각되지만, 중기적으로는 AI·반도체 중심의 성장주가 다시 시장 반등의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